지난 편에서 퇴직금이 1일 평균임금 × 30일 × (재직일수 ÷ 365)로 계산된다는 것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이 공식을 자세히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재직일수는 이미 정해진 과거이고 30일은 고정 상수입니다. 결국 퇴직금을 결정하는 진짜 변수는 단 하나, 1일 평균임금입니다.
그리고 평균임금은 퇴직 직전 3개월만으로 산정됩니다. 즉 입사 후 수년 동안의 모든 근무 기간이 평가받는 자리는 그 3개월입니다. 10년을 일해도 마지막 3개월이 어땠는지가 전체 퇴직금을 결정합니다. 이 단순한 사실에서 흥미로운 가능성이 나옵니다.
이 글은 노무사 입장에서 "퇴직 3개월 전이 되면 어떤 점을 챙겨두면 좋은지"를 정리한 글입니다. 위법한 방법이 아니라, 법령이 허용한 범위에서 본인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정확히 받는 방법입니다.
전략 1. 퇴직 시점 선택 — 달력의 비밀
평균임금은 3개월 동안 받은 임금 총액을 그 기간의 일수로 나눈 값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달은 28일짜리도 있고 31일짜리도 있습니다. 같은 임금을 받아도 3개월 합계 일수가 적은 시기가 평균임금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같은 월급 300만 원을 받는 사람이라도:
- 2월을 포함한 3개월 (12월·1월·2월): 31+31+28 = 90일
- 여름철 3개월 (5월·6월·7월): 31+30+31 = 92일
3개월 총임금이 900만 원이라면, 90일로 나누면 1일 평균임금이 100,000원이지만 92일로 나누면 97,826원이 됩니다. 작은 차이 같지만 재직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되는 금액 차이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물론 회사 사정과 본인 계획이 우선이지만, 퇴직 시점을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는 분이라면 2월이 포함된 분기 끝에 퇴직하는 것이 평균임금 산정에 유리합니다.
전략 2. 시간외·야간·휴일 근무 — 마지막 불꽃
여기서부터가 진짜 알아둘 만한 이야기입니다. 노무사들끼리는 농담처럼 "퇴직 3개월 전부터 직장 생활의 마지막 불꽃이 활활"이라고 하기도 하거든요. 농담이지만 그 안에 진실도 있습니다.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은 실제 받은 금액 그대로 평균임금에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 수당들은 통상시급의 1.5배로 가산되어 지급됩니다. 즉, 퇴직 직전 3개월에 시간외 근무나 휴일 근무를 평소보다 많이 하면, 그 가산수당이 평균임금을 직접 끌어올립니다.
예를 들어 평소 시간외 근무를 거의 안 하던 사람이 퇴직 3개월 전에 매주 5시간씩 시간외 근무를 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통상시급이 15,000원이면 시간외수당은 시간당 22,500원. 한 달이면 약 45만 원, 3개월이면 약 135만 원의 추가 임금이 평균임금 산정에 들어갑니다.
이건 회사도 손해가 아닙니다. 실제 일한 만큼의 가산수당을 지급하는 것이고, 근로자는 가산수당을 받으니 양쪽 다 합법적인 윈윈 구조입니다.
다만 한 가지 짚어둘 점이 있습니다. 퇴직 직전이라고 매일 자정까지 야근하시면 안 됩니다. 평균임금 늘리려다 건강에 무리가 가면 본전도 못 찾습니다. 평소 패턴에서 합리적으로 늘리는 정도가 좋습니다.
전략 3. 미사용 연차의 수당 처리
연차는 두 가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실제로 쉬는 것, 다른 하나는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받는 것입니다. 퇴직금 관점에서는 수당으로 받는 쪽이 평균임금에 도움이 됩니다.
퇴직 전 1년 동안 발생한 미사용 연차수당은 그 금액의 3/12, 즉 3개월치만큼이 평균임금에 합산됩니다. 예를 들어 미사용 연차수당이 240만 원이라면, 60만 원이 평균임금 산정 기초에 더해집니다.
다만 단서가 있습니다. 회사가 연차 사용 촉진 제도를 운영하면 미사용 연차에 대해 수당 지급 의무가 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본인 회사가 이 제도를 운영하는지, 사용 촉진 통지를 받은 적이 있는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략 4. 상여금 지급 시점 활용
상여금도 평균임금에 들어갑니다. 퇴직 전 1년간 받은 상여금의 3/12가 평균임금 산정 기초에 합산됩니다.
그래서 회사에 정기 상여금이 있다면, 최근 1년 안에 상여금을 받은 후에 퇴직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예를 들어 명절 상여금이 1년에 두 번 나오는 회사라면, 두 번 모두 받은 직후의 시점이 평균임금에 가장 도움이 됩니다.
물론 회사가 정해진 일정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경우, 그 시점에 맞춰 퇴직 일정을 미세 조정할 수 있는지 본인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다만 알아두면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전략 5. 일률적 수당이 평균임금에 들어가는지 확인
이 부분은 전략이라기보다 "이미 받고 있는 권리를 놓치지 않는 법"입니다.
직책수당, 식대, 교통비 같이 매월 일정하게 받는 수당은 평균임금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회사가 퇴직금을 산정할 때 이런 수당들을 빠뜨리고 기본급만으로 계산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회사 담당자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라, 한국의 평균임금 산정 규정이 워낙 복잡해서 단순 실수로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퇴직금 명세서를 받으시면 다음을 확인해 보세요.
- 매월 받던 직책수당, 식대, 교통비, 차량유지비 중 정기적·일률적 항목이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되었는지
- 퇴직 전 1년 동안 받은 상여금이 3/12로 합산되었는지
- 미사용 연차수당이 3/12로 합산되었는지
- 퇴직 전 3개월의 시간외수당, 야간수당, 휴일수당이 실제 받은 금액 그대로 포함되었는지
이 네 가지가 빠져 있으면, 받아야 할 퇴직금보다 적게 받고 있는 것입니다. 회사에 정정 요청을 하시면 됩니다.
요약
퇴직금은 마지막 3개월에 결정됩니다. 그 안에서 합법적으로 활용 가능한 변수가 다섯 가지입니다.
- 퇴직 시점 — 3개월 일수가 적은 시기 선택
- 시간외·야간·휴일 근무 — 가산수당이 평균임금에 직접 합산
- 미사용 연차의 수당 처리 — 1년치의 3/12 합산
- 상여금 지급 시점 — 1년 안에 받은 상여금의 3/12 합산
- 일률적 수당이 평균임금에 빠지지 않았는지 확인
이 다섯 가지를 알고 있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퇴직금 차이는 적게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까지 벌어집니다. 회사도 의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한국 평균임금 산정 규정이 복잡해 단순 누락이 자주 발생합니다. 본인이 알고 챙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평균임금은 매월의 명세서를 기초로 산정됩니다. 퇴직 직전에 갑자기 챙기는 것보다 평소에 명세서가 정확한지 점검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체크페이는 매월 명세서 진단을 통해 평균임금에 영향을 주는 항목들이 빠짐없이 반영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퇴직연금 DB형과 DC형 중 어떤 게 유리한가를 다룹니다. 같은 회사에서 같은 기간을 일해도, DB와 DC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받는 금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